결혼 10년차, 이주6년차 네요
저희는 남편이 먼저 미국으로 왔고 1년뒤에 저도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같이 오지 못한 이유는
그 당시 친정 아버지께서 말기암 투병중이셨고
그래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해드려야 해서 동행할 수가 없었어요
남편은 그런 나를 두고 혼자 유학을 떠나면서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던지
신촌에 있는 흑염소즙 제조하는곳에
내가 먹을 흑염소즙을 주문해 놓고, 돈까지 내놓고 미국으로 떠났어요.
자신이 떠나자 마자 나를 처가집으로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여러차례 부탁을 해놓고,
나에게는 친정에 갈때 흑염소즙을 찾아가서 그곳에서 즙을 먹으라는 거였어요
이제 흑염소즙를 찾아서 친정으로 떠나야 하는데
시댁에서도 그렇게 혼자 남아서 친정으로 가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시누이가 자신의 차로 강남 터미날까지 데려다 주고도 모자라서
차표도 끈어주고 버스가 떠날때 까지 나를 위로해 주면서 함께 있어 주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흑염소 찾아서 가야 하는데...' 그생각뿐이었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흑염소를 못찾고 친정으로 갔는데
친정에서 부터는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흑염소 즙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몇개월동안 친정에서 있었던 일은 모두 생략하고
장례식을 치루고 다시 서울 시댁으로 왔는데, 시아버님 생일날이 다가 오네요.
그런데 내 수중에 돈이 없는거예요.
그때 생각나는게 '아 흑염소 즙!'
흑염소즙을 생일선물로 드리기로 결정을 했어요.
그리고 꽁꽁 얼려있는 흑염소 즙을 몰래 찾아다가 내방에 숨겨놓고 해동을 시켜서
녹자마자 냉장고로 옮겨놓으니 시어머니가 이게 뭐야고 물어 보시네요.
'그래서 아버님 생일선물로 제가 장만했어요' 라고 답변을 하니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연신 바라보면서 하는 말씀이
'아니 이런걸 나랑 좀 상의하고 함께 했으면 좋았을걸!' 하시면서 무척 서운한 표정이었어요
시누이는 한술 더떠서. 살짝 비켜간 말로
'아빠한테 잘보이면 돈이 나오니까 아부하나' 그런 비슷한 표현(?)으로 빈정대는거예요
"그이가 저 먹으라고 주문해 두고 떠난건데, 지금 제가 돈이 없어서, 생일 선물 살 돈이 없어서
아버님 생일 선물로 이거라도 드리려고, 영업장에서 냉동으로 보관해 둔것을 어제 찾아왔어요" 라고 사실대로 말할 수도 없어서
그냥 묵묵히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남편에게
지금이라도 그 흑염소즙에 대하여 사실대로 해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아버님께 잘 보이려고 아부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연이 있어서 즙을 갖게 되었지만
마침 생신날이 다가와서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 (돈이 없어서 라는 말을 빼고) 라고 시댁식구들에게 지금이라도 해명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펄쩍 뛰네요
늙으신 부모님 두고 미국으로 떠나오면서
마누라만 보약 챙겨주고 떠난걸 지금이라도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서운하시겠냐며... 이미 받아버린 오해니 잊어버리라는 거예요.
시댁식구들이 나혼자 독자적으로 흑염소즙을 주문하여 아버님께 선물한 나를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체했을것 같아요.
항상 마음에 걸리고 억울한데 이 상황에서 어떤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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